<내 추억 박물> 선을 넘은 새

2021. 10. 1. 23:50돋보기

728x90

제주도에 놀라갔습니다. 서귀포의 중문에 가면 롯데호텔 아래로 색달해수욕장도 있구요. 경치가 끝내줍니다.

제주도의 전형적인 현무암 암석과 바다도 당연히 볼 수 있구요.

 

아주 익숙한 모래사장과 진주빛 바다도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이 그리 맑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네요.

 

나무계단이 있어서 해변에서 위로 올라가면 풍차라운지(풍차 사진이 없네요. 쩝)도 보이구요. 길다란 야자수도 보입니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면서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저 끝 벼랑 근처에서 노랗게 나 예쁘지 하듯 피어난 유채꽃들이 반기구요. 진주빛 바다와 참 잘 어우러져 있네요. 날씨만 좋았으면 작품 하나 건졌을 듯.

 

이렇게 사진찍고 이야기하면서 걷다가 보니 아이구 다리야 하는 순간에 언덕배기에서 커피집이 보입니다. 바다2822인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앉아서 좀 쉬기도 하고, 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잔은 기가 막히죠.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 풍경 감상하는 중에 예쁜 새 한마리도 날아왔습니다. 당연히 새 이름은 모르겠죠. 그냥 예쁜 새. 평소에 보지 못하는 제주도의 새죠. 그런 녀석이 나무 펜스에서 내려와 한 걸음, 두 걸음 오더란 말이죠.

 

저희 곁으로 다가온 새를 보면서 아 이쁘다 아 이쁘다 하고 있었죠. 한 번 같이 보시죠. 

 

여기까지는 좋았단 말이죠. 가까이서 이 녀석이 갸우뚱 하는 모습이 엄청 귀여웠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냅다 뛰어 내리는 겁니다. 어디로? 내 테이블로. 왜? 같이 묵자구?????

 

이런. 아찔했습니다. 마냥 예뻐했는데. 테이블로 뛰어오는 순간. 내가 알지 못했던 나와 새 사이에 선이 있었구나. 관계의 선. 하지만 내쫓을 순 없었어요. 왜냐면 마치 자기의 것을 먹는 것처럼 행동을 했거든요. 제가 미안할 정도로. 심지어 제 휴대폰에 한 쪽 다리를 얹은 채. 짝다리 자세로 말입니다.

 

우리 사이의 선이 조금은 허물어졌다고 생각하니 괜찮았습니다. 우린 카스테라 겸상하는 사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녀석은 고개를 좌우로 끄덕이다가 갑자기.....&*$#%@. 영상으로 보시죠.

 

이 새이(?)가 제 카스테라를 들고 튀었단 말이죠. ㅡ,.ㅡ. 같이 나누는 사이라 생각했던 저는 크나큰 착각을 했더란 말이죠. 그러더니 펜스에 자신의 밥상을 떡하니 차려놓더니 더 좋은 곳을 찾아 먹을 만큼 먹고선

 

주변을 살피더니 안전펜스 위에 설치된 줄에 올라서서 부리를 요리조리 깨끗이 닦습니다. 그러구선 바다전망 한 번 감상하구요. 부리를 한 번 더 닦아주고 가십니다.

 

선을 넘은 이 새이(?)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 다시 선을 유지한 채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저 활짝 펼친 날개는 마치 만족스러운 만찬을 보냈소 하는 듯 하군요.

처음부터 우리 곁에 없었던 것처럼. 이상 선을 넘나드는 새에 대한 저의 추억 박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