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5. 00:10ㆍ돋보기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의 직업 이야기를 해보는 <잡JOB이야> 두 번째의 두 번째(?)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박물관의 꽃이자 핵심인력인 큐레이터(curator), 학예사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두루뭉실하게 그리고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했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학예사가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큐레이터가 아닌 우리나라 학예사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낯설 수도 혹은 낯익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예사들은 대부분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구요. 박물관의 형태에 따라 직명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학예사와 가장 가까운 직명은 학예연구사입니다. 줄여서 학예사라고 많이 하구요. 우리나라에서는 고고학 분야, 미술사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있구요. 대체로 이런 학과에서 박물관과 관련한 강의가 많은 편입니다.
학예사 중 학예연구사라 불리는 곳은 대부분 국립, 시립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입니다. 공립의 경우에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밖에서 부르는 이름은 학예사님이라고 할지라도, 내부 직명은 학예연구사 또는 사원, 대리, 연구원 등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국립기관(시립 포함)을 기준으로 학예사는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학예연구관이 높은 직위이구요, 학예연구사가 그 아래 직위입니다. 예를 들면, 학예연구사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에 취직한 뒤에 승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구원으로 취직했다면,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하는 거구요. 사원으로 입사했다면 대리, 과장 등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상위직으로 갈수록 업무분야를 총괄하거나 부서를 총괄하는 관리업무의 범위가 높아지겠죠.
그러니까 실무경험을 쌓으면서 관리역량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는 것이지요. 매우 정상적인 모습인데요. 특이한 점은 미술관의 경우에 이 부서장급에 해당하는 학예실장 직위가 개방직이란 점입니다. 과학관의 경우에는 기관장이 이렇구요. 박물관의 경우에는 조금 덜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차관급, 정무직)의 경우에는 대학교수가 기관장이 되는 것이 잦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기관의 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 직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면, 학예사는 실무일을 하기도 하고, 관리역량을 갖춰어서 부서장이나 기관장 업무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학예사들이 실제로 하는 업무 그러니가 실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옆에서 살펴본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다보니 실제로 학예사가 하는 일들이 많이 요약된 점 양해 드립니다.
업무유형 | 내용 |
상설전시 리모델링 | 기획 및 예산 확보 → 사업계획 수립 → 리모델링 용역 발주 → 리모델링 실행 → 보고(착수, 중간, 결과) → 신규 전시관 개관 → 전시 관람 안정화 지원 |
특별전 개최 | 기획 및 예산 확보 → 기본계획 수립 → 특별전 용역 발주 → 특별전 개최 → 특별전 연계사업 운영(강연, 이벤트 등) → 보고(착수, 중간, 결과) |
교육사업 운영 | 기획 및 예산 확보 → 자체교육 또는 위탁교육 계획 수립 → 자체교육은 교사관리 및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월별 또는 시즌별) -위탁교육의 경우(용역 발주 또는 유관기관 협력) → 보고(착수, 중간, 결과) |
유물 확보 및 등록관리 | 사전조사 → 기획 및 예산 확보 → 유물 확보 계획 수립 → 유물 구매(모집 공고) 또는 기증자료 점검 및 수증처리 → 보고(착수, 중간, 결과) |
유물 보존처리 | 유물상태 점검 → 기획 및 예산 확보 → 보존처리 계획 수립 → 보존처리 실행 → 보고(착수, 중간, 결과) |
유물 관리 | 기획 및 예산 확보 → 유물 확보 및 등록관리 계획 수립 → 유물 확보 및 신규 유물 또는 이동 유물 등록관리 |
기 타 | 국제협력, 기관장, 부서장(실무 결정권자), 예산담당, 인사담당 |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학예사들도 동일하게 자신의 사업 또는 업무수행을 위해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구요. 이를 위해선 당연히 사전조사가 있겠지요. 계획을 수립해서 사업을 실행한 뒤에 실제로 자신이 한 일이 어떠했는지 평가를 하고 받는 보고 자리가 있습니다.
각 업무유형마다 특징이 매우 다른데요.
상설전시 리모델링은 오래기간 최소 2~3년이구요. 보통은 5년 내외 또는 이상이기도 한데요. 당연히 전시 콘텐츠에 대해서 기획을 잘해야 하구요. 전시가 되는 물리적 공간인 인테리어 내부의 구조 안정성, 유지보수의 용이성, 관람객의 안정적인 방문, 현재 시설에 적용가능성(그렇지 않다면, 담당부서와 협의하여 변경해야 함) 등등 신경쓸 것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이 콘텐츠들에는 유물도 있구요. 영상, 전시 설명문, 작동 전시품은 더욱 복잡합니다. 그런데 얘네들이 하나의 콘텐츠로 연계가 되어야 하니 난이도가 상당하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관람객을 대상으로 사전 관람테스트(파일럿테스트)를 실시하여 문제점을 점검하여 보완하구요. 공식 오픈 이후에는 최소 6개월 이상 눈여겨 보면서 안정적인 전시가 진행되도록 유지관리를 지원합니다. 전시해설사들은 당연히 이런 콘텐츠의 세부적인 사항과 전시구성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별전 개최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업무지만 상설전시 리모델링 업무의 최소 2~3배 이상으로 업무속도가 빠르고 일의 양도 많습니다. 특별전은 말그대로 특별하기 때문에 무엇을 왜 지금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구요. 상설전시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대로 옵니다. 예를 들면, 전시장 인테리어가 기본으로 깔려야 하구요. 전시 조닝이 들이 들어가고, 해당되는 유물이 들어와야겠죠. 유물이 올 때는 유물의 관리 수준 또는 경중에 따라 무진동 이동 또는 보존처리가 들어가야 하구요. 전시설명문, 조명, 운영인력 등이 다 들어갑니다. 단, 차이는 상설전시와 달리 상대적으로 아주 짧게 운영되기 때문에 높은 내구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정도이구요. 순회전시를 하게 되면은 해당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과 협력 수준에 따라 전시 콘텐츠를 모두 또는 일부 대여 또는 해당 기관에 적절하게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교육사업은 일반적인 교육사업과 유사하게 돌아갑니다만, 자체 교육인력을 보유하고서 교육사업을 운영하는가 하면, 외부 전문교육기관에 위탁을 주어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은 아무래도 과학관입니다. 과학관은 과학축제와 연계해서 대대적인 행사를 운영하기도 하구요. 국립중앙과학관을 보면, 수십년간 운영해온 과학문화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방학 프로그램과 성인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캠프관과 교육관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요. 과학관이 박물관, 미술관에 비해 교육사업이 활성화 되어 있긴 하지만 과학관의 전시와 연계한 교육이 많고 잘 되어 있느냐는 좀 다른 부분인데요. 아이고 얘기가 산으로 갔네요. 어찌되었든 교육사업도 학예사들이 많이 합니다.
유물 확보 및 등록관리 사업인데요.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일부 과학관이 해당될 것 같네요. 유물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돈 주고 사는 발굴 또는 채집, 구입, 타인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기증, 소유권은 안 넘기고 일정기간 사용권만 주는 기탁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발굴인데요. 모든 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있죠. 문화재 발굴조사죠. 아파트 짓기 전에 문화재가 나왔다고 하면... 일단 완공까지 최소 1년에서 2년이 더 걸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옛 물건들이 어디 성하게 나오나요? 멀쩡하게 당시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면 너무나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디 흔합니다.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파편들을 넘버링하고 하나의 유물로 맞추는 작업인데요. 1년에 몇 개나 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유물 구입입니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 현재 가지고 있는 유물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학술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지를 따지구요. 중장기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 어떤 분야를 전문적으로 할 것인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등을 다양하게 따져서 구매를 해야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레드 리스트겠죠. 아무거나 사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이 목록은 반드시 체크를 해야하구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하느냐? 사려고 하는 유물이 진품인가? 도난품은 아닌가? 등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납품받은 물건이 진품이지만 그 가치가 매우 낮고 희소성이 떨어진다면 낭패겠죠. 일반적인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 전통적으로 행해온 업무인데요. 이렇게 확보한 유물은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테이션이라고 하는 문서화를 통해 등록관리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유물을 관리하기 위한 기본 포맷이 있기 때문에 항목은 정해져 있지만요.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용 채우는데서 끝나지 않죠. 유물이 들어가는 위치를 관리하기 위해서 바코드, RFID, QR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열장의 위치와 유물의 위치를 넣어야 비로소 정리 정돈이 끝납니다. 아, 물론 유물번호가 나오기 전에 보존처리(응급보존처리 포함)는 이미 끝난 상태에서 수장고로 들어갑니다. 일반적으로는 요.
유물보존처리는 참 어렵구요. 국가자격증 중에 보존처리사(기능자, 기술자)가 따로 있을 정도이죠. 기본적으로는 유기물과 무기물로 구분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은 것이 재질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지구요. 유물의 보존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구요. 그 급이 높다고 하면 CT나 X-ray 촬영 심지어 MRI 촬영까지도 해서 표면 뿐만 아니라 내부의 구조까지 확인을 해서 최적의 보존처리 방법을 찾아서 실행을 합니다. 보존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정말 지난한 작업인데요. 인내심고 필요하구요 때론 예술적 감각으로 고색을 맞추어 가는 실력도 필요합니다.
유물관리는 실제 유물을 관리하는 것도 포함되구요. 유물이 있는 수장고의 환경. 그러니까 온도, 습도, 병충해 등의 관리도 요구되는데요. 유물도 종류에 따라서 관리하는 방법이 매우 다르구요. 예전에 비해 덜하지만(일부는 계속 하고 있지만) 오동나무로 유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장에 고정되도록 하는 작업이 들어가고요.(보존처리하는 사람이 하기도 함) 수장고가 유물을 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시설담당 직원들이 유지관리를 하지만 학예사들은 수장고 시스템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한 방법까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유물을 물리적으로만 관리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전산화는 기본이구요. 이미 빅데이터와 같이 만들고 있죠. 문화유산표준관리, 국가생물종목록간리, 과학기술자료 표준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그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리하기 위한 항목들 즉, 필드를 만들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관기관에 배포하기 위한 기획, 운영을 학예사가 한답니다.
학예사가 하는 일들을 이렇게 아주 요약하는데에도 긴 글이 되어 버렸는데요. 예를 들면, 유물, 전시, 보존 연구들이죠. 학예사들이 하는 일들이 참 많구나 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에는 쓰지도 못한 온갖 행정업무(한국은 행정의 나라죠. 누가 행정을 업무 지원이라고 했나요? 관리만 하려는 이 행정을 개선해야 정말 실력있는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 되지 않을가 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행정도 그랬던 것 같군요. 이런....) 이후에 계속되는 글들을 보면, 학예사가 하는 일과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이 드실텐데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가 아직 분화가 많이 되지 않았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정리하면,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라고 하면 특색있는 대부분의 업무는 학예사(큐레이터)가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글부터는 '학예사=큐레이터' 인가? 하는 의문이 드실 수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답은 당장은 equal이 아니지만, 반드시 equal로 가야 한다 입니다.
'돋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Job이야(3)>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보존처리사' (0) | 2021.12.21 |
---|---|
<잡Job이야(2)> 학예사가 하는 일 VS 학예사가 하지 않는 일 (0) | 2021.12.20 |
<잡Job이야(2)> 박물관의 꽃 '큐레이터=학예사'(1) (0) | 2021.12.10 |
<잡Job이야(1)> '관장' 직업 기술서(2) (0) | 2021.12.05 |
<잡Job이야(1)> '관장'은 직업(?)인가(1)? (0) | 2021.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