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Job이야(7)>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시 디자이너(exhibition designer)

2022. 1. 17. 00:55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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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의 직업 이야기를 해보는 일곱 번째 글입니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지닌 자료를 수집, 조사, 연구, 보존, 전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눈 앞에 보이는 그것이 중요하죠.

 

학예사가 관람객이 소통할 그 무엇에 대한 내용의 체계,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실제로 만나는 글에 대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전시 디자이너는 그 내용이 얼마나 시공간적으로 잘 표현되느냐를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디자인 design 이란 단어에 대한 입장은 다양한데요. 크게는 방법론으로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측면이 있는 가 하면, 이 글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같이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 하는 측면으로 보는 디자인이 있습니다. 전자의 방법론으로서 디자인을 학예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에서 요구하는 디자인은 학예사의 것이 아닌 공간 디자인과 시각 디자인에 훨씬 가깝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방문해 보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전시들은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구역화된 전시공간을 차별화하는 고도의 공간적 계산과 시각적 표현을 만들어 가는데요. 때론, 화려하게 때론, 절제 미를 갖추어 함께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는 시각 및 공간과 어우러져 전달되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들은 글자가 아닌 공간과 색과 같은 이미지를 기억 속에 저장하는데요. 어디어디서 누구랑 사진을 찍었다거나 그러니까 인스타 사진을 찍어서 기억이 남는다거나 이 전시품은 너무 예쁘다든가. 이런 식이죠.

 

구체적으로는 전시내용과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하면서 개별 존의 동선과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구요. 텍스트에 적절한 폰트, 이미지, 영상 등의 사용, 글자와 이미지 그리고 영상이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와 같은 것들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에서 전시 디자이너는 학예사의 업무와 겹치지 않지만, 메세지 또는 전시 스토리 라인을 잘 구현해 내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전시의 메시지와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구요. 이것을 최적화하는 것이 전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전시 디자이너들이 사실 박물관과 과학관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술관은 상대적으로 다릅니다. 아무래도 미술을 전공한 학예사들이 많기도 하며, 참여작가들이 말그대로 미술 작가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박물관과 과학관의 경우에는 큰 규모의 박물관, 과학관 정도는 되어야 디자인 담당부서가 있거나 디자인 전공 인력이 배치 되어있는데요. 대체로는 전시 사업 용역 직원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학예사와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시와 관람객은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겠지요.

 

우리가 만나는 전시 그리고 전시품들은 이렇게 전시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거쳐서 학예사나 학예사가 있는 조직의 최종 결정을 통해서 확정되어 관람객과 만날 수 있는데요. 이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전시를 한 눈에 보여주는 포스터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키 비주얼(key visual)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이 결정되면, 나머지 전시 관련 디자인은 거의 다 되었다고 봐도 문제가 없습니다.

 

전시디자이너에게는 이처럼 메세지를 시각과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한 일들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작권과의 싸움도 있습니다. 공정이용을 위해 특정 기간동안 이용할 수 있는 이미지나 폰트, 영상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충분한 시간과 재정이 허락되는 경우에는 이들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리기도 합니다. 이 IP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전시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표절에 휘말릴 경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시 디자이너. 메세지를 시각과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모니터로 보는 색이 실제로 페인트나 실사 출력물로 일관성 있게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입니다.